산 새가 깊은 곳. 그 곳에 한 노모와 한 세월에 풍푸와 햇볕에 그을린 흙의 냄새가 풍기는 손으로 진흙이 뭍은 발과 거친 발가락 잔뜩 흙먼지가 낀 발톱과 손톱 마치 짐승의 그것을 누가봐도 연상시키는 소으로
잘 마른 붉은 소나무로 그리고 볕에 잘 말린 짙으려 엮은 튼실한 그리고 견고하며 따스함이 깃든 짙의 엮은 지게로
산 짐승들이 길을 내어 놓은 길들을 따라 산등성이를 힘겨운 숨을 토해내며 머리에 송글송글 맺친 낙엽깔린 가흘 후반기의 길을 산나무와 벍겋게 익어간 중력에 낙하한 힘겨움을 이겨내지 못한 낙엽들을 밟고 오르고 있다.
곳곳에서 숨어서 소리를 죽이고 그 두 인간을 관찰하고 있는 한 쌍의 눈들이 곳곳에 풀 숲의 뒤쪽 덤불의 뒤 쪽에서 혹은 잔 나뭇가지에서 아슬아슬하게 혹은 창공에서 원을 그리고 조용히 꺆꺆 삐익 제각기 울대에서 나오는 소리를 내며 지켜보고 있으니. 그 조화로운 일상에서 분명하고 명확한 어떤 변고가 일어날 조짐이었다. 그것은 탐욕과 쟁취로 이어지고 그리고 생과 죽음의 갈림길의 미래가 그를 관찰하는 신묘한 한 쌍의 혹은 맹렬한 전투로 상처입한 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산을 걷는 일은 무엇인가 도전이나 무엇인가 넘고 싶어하는 어떤 대상 그리고 하늘에 가장 높게 올라가고자 그리고 무엇인가 깨닫고 알고자 하는 것들이 아닌.
풍년의 후에 흉년에 흉년을 거듭하여 흉년이 오고 또 다시 흉년이 온 4년에 걸친 흉년에 그들은 규휼작물조차 씨가 말라 버린 그래서 그들이 기댈 것이란 결국 대지주뿐인 상황. 그들이 욕하고 욕했던 곳간에 썩어가는 그 생명을 유지 진행 시켜줄 보물들이 이제는 그들의 구원품이 된 것이라것을 너무도 늦게나 깨달은, 그리고 그들이 당장의 눈 앞의 배불리 먹고자 하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다 먹어치운 어떤 농부들이 이 환란에 근심걱정없이 있는대로 먹어치워버린 그들의 자연의 선물과 노력의 결신인 쌀들이 모두 동이나 버린 그래서 신주단지의 쌀까지 먹어야 했던 그들의 자존심과 죄스러움이 충만하게 된. 평소에 잘 먹고 잘 산다는 과시욕으로 배를 잔뜩 내밀고 뒷짐을 지고 다니던 농부들도 더 이상은 그럴 힘이 기운이 없어 두 손을 축 늘이고 노인도 아닌데 허리를 펼 힘조차 아끼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는 눈이 큉하며 머리를 푸석거리를 작렬하는 태양에 물 한모금 먹을 기운 조차 일어가는 그들이
기댈 곳은 오직 곳간에 잔뜩 쌀을 쌓아두고 썩어간다는 김진사의 욕심을 대단한 사람처럼 욕하고 책망하던 그들이 이제는 기댈 곳은 오직 그 곳간 뿐이지만 그들이 해왔던 일들이 그들을 옥죄고 가두어 도저히 내놓으라 도와달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만큼 너무 무거운 죄의 짐이었다.
결국 그들이 할 것은 강도질이도 강탈이며 그들의 죄업의 화살추가 견향하는 그 김진사의 족속을 모조리 말살하는 것이었으니. 누가 이 운명의 시간을 거부하거나 거절할 수 있겠는가?
지혜로운 마을 촌장도 입을 닫아 버린. 청년계에서 하는 일들을 묵인하며 김진사의 곳간을 털고 그 집을 불태우고 그들이 죄로써 모두가 한 통속이 되어서 죄많은 인간이 되는 길 밖에 없게 될 길 뿐일 것이다.
"어머니 어머님은 이 길이 어떤 길인지 아십니까?" 고백하고 싶었다. 자신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기에 어머니에게 터놓고 싶었다. 그리고 울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불효를 하면서 이런 짓들을 고백할 용기가 없는 것조차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안다. 얘야. 이길이 어떤 길인가 다 안다. 그러니 말할 필요 없다. 그저 가만히 가서 대려다 놓아라. 너에게 마음의 짐을 더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
어머니는 지게 위에서 내 마음과 어깨를 토닥여 줬다.